17년차 모닝 페이지 신봉자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온갖 생각들이 뭉게뭉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 꾼 꿈은 어떤 의미지? 너무 생생해… 며칠 전 엄마랑 싸운 게 아직도 맘에 걸리네… 먼저 전화를 해볼까? 그나저나 내일 강의 갈 때 무슨 옷을 입지?’
끝도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머릿속이 잠식당할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지면, 잽싸게 침대 옆에 둔 노트북에 손을 뻗어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글을 아무 목적도 없이 써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꿈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엄마와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새로운 계획을 시작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같은 일상의 크고 작은 답을 찾게 된다.
모닝 페이지를 쓰지 않으면 더듬이 잘린 곤충처럼 방향 감각을 잃곤 하다 보니, 어느새 17년째 계속 쓰고 있다.
모닝 페이지의 안내 Step 1: 진실을 마주하기
모닝 페이지가 나를 안내하는 시작은 언제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모닝 페이지를 쓰다 보면 어느새 얄미운 친구에 대한 욕지거리, 꼭꼭 눌러 담았던 분노, 괜찮은 척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두려움과 불안들이 적나라하게 쏟아져 나온다. 완전히 발가벗은 ‘날것의 나’와 마주하는 것이다.
숨길 데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다. 부도덕한 감정, 배려 따위는 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마음, 착한 척하느라 나를 희생해서 잔뜩 화가 난 나의 내면아이까지 모두 만나고 나면, 변태 같은 웃음과 함께 해방감이 찾아온다.
‘그래! 이 모든 것이 나야. 난 이거밖에 안 돼! 이게 나라고!! 아하하하!!’
나의 모든 진실을 드러내고 낱낱이 끌어안고 나면, 나라는 존재도 삶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진실을 감추느라 소모되던 에너지도 회복되며 하루를 살아갈 힘도 충분해진다.
모닝 페이지의 안내 Step 2: 선택하기
모닝 페이지는 내가 모른 척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도 빠짐없이 알려준다. 평생을 꿈꿔왔던 작곡이 더 이상 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진실.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과 더는 함께할 이유가 없다는 진실. 라디오 DJ가 되고 싶다는, 오프라 윈프리 같은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나조차 몰랐던 내 욕망의 진실이 드러난다.
진실의 폭로에 이어서 모닝 페이지는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질문을 기어이 던진다.
“이제 이 진실로 무엇을 하겠는가?”
진실을 한번 마주하면 다시 봉인할 방법은 없다. 나는 모닝 페이지가 알려준 진실 앞에서 매번 진땀을 흘리며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야 했다. 그렇게 평생을 꿈꾸던 뮤지션을 그만두고 ‘치유자’의 길을 선택했고, 오랜 애인과 헤어지기를 선택했고,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시작해서 영향력을 키워가길 선택했다.
태생적으로 소심하고 겁많은 내가 안전지대를 벗어나 모험을 선택하는 일은 결코 가슴 뛰고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사실 너무 두려워서 할 수만 있다면 언제나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닝 페이지는 내가 새로운 선택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도 생생하게 말해주었다. 가슴 뛰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건 결국 너의 영혼을 갉아먹을 거라고. 외로움이 두려워서 인연이 끝난 사랑을 붙잡으면 더 깊이 외로워질 거라고. 두려워서 시작을 미룰수록 두려움은 더 커질 거라고…. 그래도 무서워서 울며불며 선택을 주저하면 괜찮을 거라고, 언제나 그랬듯 잘 해낼 거라고 따스하게 응원해주었다.
모닝 페이지의 안내 Step 3: 행동하기
새로운 선택을 하고 나면 모닝 페이지는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었다. 하던 일은 어떻게 정리할지, 어떤 치유 도구부터 배워서 사람들을 안내할지, 애인과의 이별 후 내 마음은 어떻게 보듬어줄지, 나만의 영향력은 어떤 주제로 만들어 갈지 말이다.
새로운 도전이 무서워 칭얼댈 때마다, 빠짐없이 응원과 격려도 덧붙여 주었다. 모닝 페이지에서 얻은 용기로 매일 조금씩 행동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동시성’의 선물이 차고 넘치게 돌아왔다.
모닝 페이지의 안내를 받다 보니, 어느덧 유튜브 <라라의 힐링공감>을 운영하며 조금씩 영향력을 키우게 되었고, ‘창조성 학교 릴라(Leela)’를 만들어 치유와 성장을 안내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게 되었다. 상상해본 적도 없는 ‘힐링 음반’을 발매하고 토크 콘서트를 열었고, 공동체는 딱 질색이었던 내가 무려 7년간 ‘창조성 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내가 계획했던 삶’에서 ‘전혀 계획에 없던 예상치 못한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계획에 없던’ 지금 이 삶이야말로 내가 최적으로 기능하는, 정말로 나에게 딱 맞는 삶이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최고의 치유 안내자이자 성장 코치
모닝 페이지의 매력은 글만 쓸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아주 쉽게 내면의 지혜와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신과 나눈 이야기》저자처럼 내가 쓰는 게 아니라 받아적을 때도 종종 있다!). 그래서 모닝 페이지를 쓰면 더 이상 외부의 존재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 타인의 말에 자주 휩쓸리던 소심이인 나도 ‘언제나 필요한 안내를 받고 있다’는 믿음 덕분에, 점점 더 튼튼한 내면의 중심이 생기게 되었다.
또 모닝 페이지는 최고의 치유 안내자이자 성장 코치다. 모닝 페이지를 쓰다 보면 억눌린 감정은 해소되고, 정말로 원하지만 할 수 없다고 포기했던 꿈들을 어느새 현실로 옮기게 된다. 나도 모닝 페이지가 안내해준 스텝을 따라 하루 만큼씩 원하는 것을 찾고, 하루 만큼씩 두려움을 넘어 도전할 수 있었다. 모닝 페이지가 없다면 오늘의 나도 존재할 수 없었다.
‘매일, 꾸준히’가 아니어도 괜찮아
많은 사람이 매일 3쪽의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17년간 모닝 페이지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매일 꾸준히 쓰지 않아서다(게다가 손으로 쓰지도 않는다!). 어떤 때는 매일 쓰기도 하지만, 몸이 아프거나 너무 바빠서 잠잘 시간도 부족하면 며칠씩 쓰지 않는다. 어떤 때는 반 페이지도 못 쓰고 덮어버리지만, 또 어떤 때는 신들린 듯 10페이지를 쓰기도 한다. 때로는 모닝 페이지 대신 고요히 하늘을 보는 명상에서, 짧은 독서에서 더 깊은 내면의 안내를 받을 때도 있다.
억지로 먹은 음식이 탈이 나듯, ‘매일, 3쪽을, 꼭 아침에, 손으로’ 써야 하는 모닝 페이지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오래 지속할 수도 없다. 모닝 페이지의 중요한 목적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고, 그 목적을 위해 약간의 형식이 필요한 것이다. 형식에 얽매이면 목적을 놓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담감을 내려놓고 이 아름답고 유용한 도구에 마음을 열어보길 응원한다. 그저, 무심히, 가볍게 도전해보자.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다면, 그 다음은 모닝 페이지가 하나씩 안내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