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나요?
안녕하세요, 님. 레터지기 수월입니다.😊 첫인사는 언제나 설렘과 긴장을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이 편지가 님의 하루에 좋은 기운을 드리길 바라면서, 준비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요즘 저는 ‘나에겐 정직하게, 남에겐 친절하게’라는 말을 늘 기억하려고 합니다. 아디야샨티의 《깨어남에서 깨달음까지》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다산북스)에서 영향을 받았는데요. 아디야샨티는 책에서 “우리가 겪는 하나하나의 경험이 모두 신성의 초대장”이니, “정직하고도 일관된 태도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실제로 맞닥뜨려야 한다”고 말해요(소울레터의 탄생에 불을 지핀 말이기도 하죠, 데헷). 그리고 나티코는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라는 말이 적힌 메모지를 거울에 붙여 놓았다고 해요.이 말을 늘 새기려고 할 정도면, 평소 인간관계에 관해 고민이 정말 많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특히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 사람을 대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이런 내적・외적인 갈등의 순간, 내면을 성찰하는 힘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소울레터 첫 편지는, ‘사랑작업’으로 활동하시는 하루 님이 보내주신 글로 꾸려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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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초라한 곳에만 데려갔던 아빠에게
아빠는 옷을 사면 가슴 쪽에 붙어있는 상표를 어떻게 해서든 지우거나 떼어냈다. 가끔 세일하는 유명 브랜드의 옷을 사게 되어도 칼로 실밥을 뜯어서 그 상표를 떼어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왜 내가 그 상표를 광고해주고 다녀야 되냐!” 이뿐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을 절대 따라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난 날것이 좋아. 생 날것으로 있을 거야”라고 했다. 남들을 따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고집이었다. 어릴 때, 나는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도 하고 싶고, 비디오도 갖고 싶고, 집에 자가용도 있었으면 좋겠고 영어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걸 가진 사람들을 다 바보 멍청이라고 했다. 아빠는 “네가 유명해지면 너랑 얘기하기 위해서 그놈들이 한국어를 배우겠지. 왜 니가 영어를 배워야 돼?”라고 하는, 나로서는 어리둥절한 얘기를 했다. 그냥 영어를 좀 잘 하고 싶어하는 딸한테 지구 영웅이 되어서 한국어를 지구 공용어로 만들어버리라는 요구를 하는 아빠는 얼마나 동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이상한 건 아빠가 그 싫다는 것들을 막상 가졌을 때 누구보다 행복해했다는 것이다. 남들 다 가진 차가 없어서 걸어다닐 때 “저 차 가진 사람들 배 나온 것 좀 봐라” 하던 아빠는 낡은 중고 지프차를 사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라며 매일 우리를 태우고 가까운 곳도 차로 다녔다. 이상했다. 그리고 대출을 받아 16평 빌라를 분양받았을 때, 날마다 집 도면 그림이 나온 책자를 닳도록 보고, 공사도 덜 끝난 집에 가서 덜 마른 시멘트벽을 만져보던 아빠의 모습은 정말 이상했다. 집 있는 부자들을 늘 욕했던 아빠였는데 말이다. 나는 말과 다른 아빠의 모습이 싫었다. 사실은 갖고 싶으면서 갖지 못하니까 갖기 싫은 척하는 모습도 싫었다. “이게 다 돈 때문이지. 돈이 없어서 못 따라 하는 걸 무슨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인 것처럼 포장해? 가난이 부끄러워서, 사실은 너무 갖고 싶은데 그걸 갖고 싶지 않다고 합리화하는 거잖아. 그러면서 그걸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는 거잖아. 차라리 부럽다고, 갖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어!” 나는 더 이상 아빠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동생과 가족 여행을 계획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우리 둘 다 결혼했으니 한 번쯤은 손자, 손녀 다 데리고 엄마 아빠와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절대로 해외여행은 가지 않겠다는 아빠의 고집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주도를 예약했는데 그것도 거절당했다. 비행기는 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부산에 있는 고급호텔을 예약했다. 동생 내외는 모두 신나 했고 엄마, 아빠만 허락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빠가 고집을 부렸다. 내가 계획한 행복한 그림에 아빠는 항상 방해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우리 가족과 동생네만 같이 고급호텔에 갔다. 모든 것이 훌륭했다.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호텔리어가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황금빛 조명이 비추는 벽면의 추상화들, 라벤더 향기, 고급원목으로 된 책장…. 그런데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화려한 불빛이 내 볼품없는 곳을 다 들추어내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발가벗겨진 채 호텔 로비에 세워진 것만 같은,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 생각이 났다. “나는 지저분해도 좋으니까 좀 허름하고, 초라한 곳이 좋아. 그런 곳이 편해”라던 아빠의 말이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레스토랑 한번 같이 간 적이 없고, 포장마차나 비닐하우스 닭볶음탕 집을 데려가던 아빠가 싫었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곳에서만 초라한 자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화려한 곳에 가면 그 화려함을 욕하지 않고서는 보잘것없는 자기를 지켜낼 길 없었던 날 선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나도 순간 이 호텔을 흉보고 싶었다. 돈지랄이 났다고 말하고 싶고 정반대로 그렇게 대단치도 않네, 라는 말을 하고 싶기도 했다. 아빠가 늘 하던 것처럼. 백화점에 가면 마네킹이 입은 옷을 보며 누가 이런 걸 입냐고 히죽히죽 웃던 것처럼, 차례차례 음식이 나오는 고급식당에 가면 이게 뭐가 맛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나는 국밥 한 그릇이 낫다고 큰 소리로 말해서 모두를 망신스럽게 하던 아빠처럼.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너무 좋은 것 앞에 서면 아빠는 그냥 스스로 초라했나 보다.
나는 아빠의 마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가난하고 힘없는 부모 밑에서 7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기를 쓰고 성공하려 애썼던 어린 소년. 못난 취급을 받아서 아픈 마음이, 세상을 향해 너희들이 못났다고, 너희들이 다 바보 같다고 기를 쓰며 외치고 있었다. 자기를 지키려고 세상을 무시하고 수치 주기 시작한, 자존심만 남은 시골 출신의 남자애가 보였다. 나는 아빠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애쓰다 매번 거절당했는데 아빠에겐 그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돌아보니 고집을 부린 건 나였다. 아빠가 좋아하는 포장마차나 비 내리는 포구의 허름한 식당에서 그런 초라함을 마주하는 시간이 싫었던 것 같다. 초라해서 아프다고 말하는 아빠의 아이 마음을 마주하기 싫어 자꾸 더 좋은 걸 준다면서 그 아픔을 입막음하려 했던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이 내 아픔을 함께해주는 것이듯, 아빠도 좋은 음식, 해외여행보다 그런 것이 불편한 자기의 아픔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줄 사람을 더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 대신 지금 그대로 아픈 그대로 같이 있기로 한다. 이번 여름 아빠의 생일에는 더 고집부리지 말고 아빠가 원하는 대로 소박하고 소박하게 지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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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8년 론다 번의 《시크릿》이 나왔을 때 네이버 카페 ‘비욘드시크릿’에 ‘하루’라는 필명으로 <한 컵의 세계>라는 글을 연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4년 《파랑새 놓아주기》를 집필한 후 현재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상에 적용해보면서 무의식 정화, 내면아이 치유, 자기사랑이 모두 같은 원리로 이뤄짐을 알게 되었다. 2020년부터 ‘하루의 사랑작업’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순하고 솔직한 자기사랑의 길, 사랑작업>에 대한 글과 영상을 연재하며 이론 강의 및 실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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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떠오르는 감정, 생각, 에피소드가 있나요?
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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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제자
(피터 마운트 샤스타, 정신세계사)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내면의 빛이 깨어나는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 사전만큼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었어요. 저자인 피터가 수없이 많은 신비체험을 하고, 내면의 신성을 확신할 만한 증거들을 여러 번 보고서도 또다시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봅니다. 읽지 않을 땐 그냥 손을 얹어보는 것으로도 위로를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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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설은아, 수오서재)
10년 넘게 마음공부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친구의 책입니다. 아무에게도 해보지 못한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중전화, 삐 소리가 나고 메시지를 남기면 외부에 설치된 몇 개의 전화기를 통해 랜덤으로 녹음된 내용이 전해집니다. 외부 전화기를 든 누군가에게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이죠. 작가는 이렇게 모인 메시지들을 세상의 끝,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가서 놓아주고 옵니다. 이 책은 그 메시지들을 추려서 엮은 것입니다. 책을 펼치면 평소에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의 속마음을 마주하며 몇 번이나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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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을 깨닫다》의 저자 카밀로 님의 신간이 드디어 발간됩니다. 🎉🎉🎉🎉🎉
새 책 《당신의 현실에는 이유가 있습니다》에서는 부, 인간관계, 자아실현과 몸 등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관념분석’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탐구하여 해결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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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음속에 각기 다른 관념들을 품고 산다. 그리고 관념은 곧 그 사람의 현실을 만든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실을 내 입맛대로 바꾸는 게 아닌, ‘나의 현실’ 속에서 나타난 가치와 의미를 깨달아 보다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것이 바로 ‘관념분석’이라는 방편이다. 나는 이 관념분석을 통해 삶을 해부하고 탐구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세상을 재창조하는 방법을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전하고자 한다. ― <저자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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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현실을 만들어낸 관념을 처리하는 방법을 서른아홉 가지 사례를 통해 볼 수 있어서 자기 상황에 대입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나도 모르게 ‘이건 뭔 관념이 만들어낸 거지?’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다음 편지에 더 자세한 소식 들고 올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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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이를 마시며 명상도서를 볼 수 있는 북카페&책방
제주 바라나시 책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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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명상 도서들에 파묻힌 채 책을 읽으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북카페 '바라나시 책골목'인데요. 2016년에 처음 문을 연 이 공간은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몇 없는) 영성・명상도서를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점이기도 합니다. 서가에는 티베트・인도철학, 실존철학, 신화, 동서양 현자들의 책, 세계문학 등 카페지기의 마음을 울린 책들로 가득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저마다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정신의 공간 지도'를 만들고 싶으셨다고 해요. 충분히 시간을 두고 방문하셔서 책 구경도 하시고 끌리는 책 한 권 들고 카페지기님이 끓여주시는 짜이 한 잔 마시면서 고요를 만끽하시는 건 어떨까요?
📍 제주 제주시 동한두기길 35-2, 월-금 11:00~19:00
📍 7월 둘째주부터 약 한 달 동안 카페지기님이 집중수련에 들어가신다고 합니다. 방문 전에 미리 오픈 여부를 체크하시길 권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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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울레터, 어떠셨어요?
여러분의 의견은 소울레터가 무럭무럭 자라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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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사 soul.letter.inner.world@gmail.com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로4길 6 2F 02-733-3134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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