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그 모습은 성격(personality)이 아니랍니다. 내게 깊이 축적된 많은 스토리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운전할 때 예상치 못하게 나온 모습을 ‘성격’이라고 정의해버리는 순간, 이것은 변화하기 어려운 고정된 것이 되어 버립니다. 차 안이라는 활동반경이 좁은 공간에서 운전이라는 자동반응적인 행동을 하고 있을 땐, 잠재되어 있던 의식 차원이 조금 더 열리게 됩니다. 표면의식 너머가 드러날 수 있는 때지요.
이런 관점에서 저는 운전을 할 때 명상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드라이브’라는 행위를 통해 영감을 받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마치 샤워할 때처럼요. 또, 운전하며 머릿속 생각 비우기를 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현실에서 약간 동떨어진 그 느낌에 머물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닌 ‘나답지 못한 모습’을 불쑥 마주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운전할 때 불편한 느낌이 반복해서 든다면, 그리고 내가 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 잠시 한 발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며 탐구해보아요.
먼저, 운전할 때 발견한 내 모습을 아래 목록에서 한번 체크해볼까요?
[운전할 때 이런 내 모습을 발견하진 않았나요?]
・ 평소 나는 욕 한 번 하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운전하면서 어떤 위협을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욕이 나오는 때가 있다.
・ 평소에는 느긋한 성격인데도, 차들이 넓은 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가는 것을 참지 못하겠고, 그 순간만큼은 레이서가 되는 모습을 발견한다.
・ 운전하는 도중에 갑자기 끼어드는 등 나를 놀라게 한 차를 보면 꼭 그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 운전만 하면 다른 운전자들의 옳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잘 보이면서, 세상은 역시 이기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 여러 가지 이유로 그냥 운전하기가 싫다. (이 경우엔 운전하기가 두려운 깊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위의 모습 중 나의 모습이 있다면 기뻐하세요! 이것은 기회입니다. 내 안의 어떤 것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에요. 이 모습은 내 성격이 아닙니다. 아빠나 남편, 엄마나 여자친구의 ‘진짜 성격’도 아니에요. 단지 해소되지 못한 무거운 에너지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무거운 에너지들을 해소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들이 ‘나’로 정의되면 ‘운전할 때 나오는 게 진짜 성격’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 문장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운전할 때 나오는 모습이 내가 마주해야 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그 첫 번째 단계는 반복적으로 느끼는 상황이나 감정이 무엇인지 발견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누군가 끼어들거나 나를 위협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아, 나에겐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나는 그때마다 분노를 느끼는구나!’ 하고 자각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엔 ‘왜 나는 이럴 때 분노를 느끼지?’라고 질문할 수 있어요. 그땐 솔직하게 대답해보는 거예요. 누군가 나를 공격하거나 해하려 한다고 여겨서 분노가 일어난다면, 운전할 때뿐 아니라 삶에서도 공격받는 느낌을 많이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전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가슴으로 안아주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됩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분노와 관련된 삶의 기억들이 주욱 떠오를지도 몰라요. ‘그래서 내가 이런 상황과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고 있었구나!’ 하고 그저 내 가슴의 공간으로 안아주세요. 그리고 나서는 ‘지금’ 운전하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예요. 발견하면 있는 그대로 크게 안아주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 운전하기,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분노 너머에 있던 진실, ‘사실은 나 생존하는 게 너무 불안해’ 혹은 ‘너무 수치스러워’ 등등 생각지 못한 이슈들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이 또한 나중에 더 깊이 살펴봐주면 됩니다. 그러니 운전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치유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이 치유의 과정을 하나하나 거쳐 내 안의 무거운 에너지가 해소되면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끼어드는 것을 보니 저 사람은 바쁜 일이 있나 보구나.’
‘저 사람은 초보운전이라 길을 잘 몰랐구나.’
‘길이 막히니 하늘을 더 보게 되는구나. 이리도 아름답다니!’
‘내비가 잘못 알려준 길이 내게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네. 감사하다!’
언제나 이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나요? 혹시 이런 생각이 그저 나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위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들을 진정으로 해소하면 저런 생각마저도 그냥 사라지게 됩니다. 운전조차도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현존하며 운전하기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믿어요.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당신을 위해 펼쳐진 것들입니다. 당신을 공격하거나 화나게 하고 불신하게 하는 것이 아닌 당신을 ‘위한’ 것들입니다. 그러니 운전하는 것마저도 스스로를 위한 것으로 허용해보세요. 많은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것은 내가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임을 잊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 배우는 중이고, 그리고 교훈을 얻는다면 그다음 챕터로 넘어가 재밌는 삶을 경험하게 될 거에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의 운전길이 이전과는 달리 조금 더 편안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