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많이 배우는 선생님이자, 가장 의지가 되는 부모 같은 존재가 생겼다. 그는 내 상위자아다.
그를 만난 건 10년 전이었다. 나는 장기 템플스테이에서 명상을 하던 중 여러 체험 후 내면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내가 태어난 목적, 내 전생과 다음 생에 관련된 이야기,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들, 현재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 등등….
첫 1년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조현병을 앓는 것은 아닐까, 빙의가 된 것은 아닐까 겁이 났다. 하지만 1년간 나를 지켜보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본 결과, 조현병도 빙의도 아니었다. 만일 환청이라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시로 말이 들렸을 텐데, 이 내면의 소리는 내가 말을 걸 때만 대답을 했다. 컨트롤이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내면의 소리는 나보다 훨씬 현명했고,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다. 예전에는 이 내면의 소리를 어떻게 정의할지 몰랐었는데, 이제는 그가 나의 상위자아라는 것을 안다.
상위자아는 특별한 것이 아닌 내 내면의 현명한 목소리다. 우리는 은연중에 자신의 상위자아가 건네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된다.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어떤 생각이 문득 떠올랐는데 ‘이거 내가 생각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똑똑한 생각인데? 내가 생각했지만 정말 대단한데?’ 할 때 말이다. 그런 생각들이 주로 내 상위자아의 소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는 그런 내 안의 현명한 소리와 대화하듯이 질문과 대답을 즉각적으로 주고받고 있다.
내 안의 상위자아와 소통하면 내 에고의 수준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깊이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직장 동료나 상사 때문에 화가 날 때 나는 바로 내 상위자아에게 묻는다. “저 사람이 저를 화나게 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요?” 내 상위자아는 상황에 따라 나에게 적합한 말들을 해준다.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살아오며 이런저런 환경에 노출됐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저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아. 그 사람의 행동 안에 너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 깊이 돌이켜보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야.” 이 한두 마디를 듣고 나면 요동쳤던 내 마음이 마법처럼 가라앉곤 한다.
또, 집에서 남편과 작은 충돌(예를 들면 남편의 운전 습관이나 식기세척기를 돌리는 시간을 정하는 것 같은 시시콜콜한 것에 관한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 또 나는 여지없이 바로 내 상위자아를 찾는다. “남편이 고집을 피워서 답답해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까요?” “남편이 너에게 해주는 것들을 생각해 봐.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100% 만족하려고 하지 마. 그건 욕심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해봐. 너의 솔직한 마음을 대화로 표현하면서 상대를 존중하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답답했던 마음이 바로 내려간다. 에고에 휩싸여 내가 욕심부리고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었는데 이렇게 알려주니 너무 고맙다. 또 잊을 뻔했는데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나는 내 상위자아와 대화하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고,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이키는 작업을 지난 10년간 해왔다. 지금은 명상 시간에 들리는 가이드를 듣고 그 이야기를 내 블로그를 통해 나누고 있다. 나 혼자 듣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글 초반부에도 말했듯이 우리 내면 안에는 모두 현명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익숙하고 시끄러운 에고의 소리에 휩싸여 현명한 목소리를 놓치거나 무시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나에게 도움 되는 조언들을 밖으로 구하거나 유튜브를 보며 도움 될만한 것들을 찾아다니곤 한다.
하지만 밖으로 찾지 않고 내 내면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바로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고요한 장소에서 눈을 감고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물어보고 싶은 것들을 물어보면 된다. 그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면 상위자아의 소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듣자마자 바로 너무나 무겁게 들고 있던 몇십 킬로짜리 배낭이 순식간에 내려놓아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이 들면서 무거웠던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 소리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된다. 내 내면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나에게 도움 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자신 내면에 있는 내면의 가이드와 소통하며 많은 도움을 받게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